[제주 맛집 - 선채향] 최고의 전복죽
죽이라는 것이 호불호가 있는 음식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이유를 따져본다면 응축되어 있는 그 맛의 깊이가 남다르다고나 할까? 시간을 맛을 치환하는 음식은 보통 발효음식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죽은 시간에 비례한 정성까지 포함해야만 한다.
죽이 갖고 있는 의미...
사실, 죽이란 곡식을 물게 묽게 풀어 익혀 무르게 만든 음식으로 그 옛날, 먹을 것이 모자라던 때 먹던 음식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런 각인은 어찌보면 선입견이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인류의 태생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인류 역사에 있어 날 것을 먹는 것을 제외하고 죽의 형애타가 가장 원형에 가까운 조리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물이나 육수에 불린 곡물과 재료를 넣어 불 앞에서 은근하게 끓여 내야 하니 간단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혹자들은 아마도 이런 정성이 아픈곳이 빨리 낫기를 바라는 바람의 담아 아플때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제주도에 오면 먹어야 할 음식이 워낙 많기도 하고, 또 죽이라는 것이 맛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맛집이라고 하기에는 맛의 차별화를 하기도 그리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뻔하지만 또 맛있기도 힘든 음식이랄까?
그래서 선채향은...
제주에 여행을 오면 맛집이 너무 많다 보니 매번 먹방여행이 되곤 하는데, 의외로 죽을 찾아 먹었던 적은 없었다. 제주라는 관광지 특성상 뭔가 더 비싸기만하고 맛은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생각에 공항에서 시간이 마땅치 않아 사먹은 정도가 유일했던 것 같다.
서귀포 숙서 근처에서 내일 아침에는 무엇을 먹을까 지도를 보며 서칭하던 중. 정말 우연찮게 발견하게 된 선채향이었는데 죽집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평이 진짜 호평으로 느껴지는 곳이었다. 먹어본 사람의 찐 리뷰랄까?
가격도 합리적으로 보였고, 더 이상 망설일 필요 없이 아내와 함께 출발했다. 11시 부터 영업이 시작되는데 우리는 대략 10시 40분 정도에 도착했던 것 같다. 역시나 이미 대기하고 계신분들이 많았다.
꽤 오랜 대기 끝에, 전복죽과 전복칼국수를 하나 씩 시켰다. 전복 칼국수가 먼저 나왔고 면과 국물을 떠 먹는데 진한 전복향이 입안을 맴돈다. 그렇게 음미하며 절반 쯤 먹었을 때, 드디어 전복죽 등장!
전복죽을 한 입 가져가는 순간. 전복 내장의 풍미를 필두로 짭쪼름한 감칠맛과 거대한 바다가 밀려온다. 와! 이거는 진짜 찐이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사장님을 비롯해 너무 친절하시고 깔끔한 식당과 그 외적인 요소도 너무나 완벽했던 곳이 아닐 수 없다.
전복칼국수 - 10,000원 / 전복죽 15,000원
정리의 별점 ★★★★★
제주도니 주차가 가능하다. 하지만 주차장이 아주 작은 규모가 아님에도 많은 손님들로 아침 오픈런을 추천한다. 그리고 국수를 좋아해서 칼국수만 시키는 우(愚)를 범하지 마시라! 선채향의 핵심은 전복죽이다!
사실, 먹고 난 솔직한 후기는 칼국수는 먹지 말고 죽만 시킬것을 하며 후회 아닌 후회를 했었다. 정말, 제대로 된 전복죽을 즐기고 싶다면, 바로 이곳이다. 덧붙여, 죽을 먹는 내내 죽을 너무 좋아하는 나로서는 왜 이제서야 이곳을 알았을까라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제부터 제주로 여행을 간다면 이곳은 필수다!
요즘과 같은 추운 계절에는 더욱 잘 맞을 것 같다. 겨울 제주에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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