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타지. 뜻을 알 수 없는 언어가 가득하다. 가고자 하는 역을 내리기 위해 정차하는 역을 매번 곱씹는다. 역의 순서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숙인 한 사내를 발견했다.
그랬다. 사내는 졸고 있다. 그에게는 일상의 공간, 그러나 내게는 긴장감이 흐르는 곳이다.
수많은 여행 관련 명언 중에 보물섬을 쓴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한 이야기가 딱 들어맞는 순간이다. 여행을 온 곳 이곳이 낯선 것이 아니다.
내가 낯선 여행자일 뿐. 지하철 안에서 꾸벅 졸고 잇는 한 사내를 보고 있자니 우리네 모습과 다를게 하나 없다. 오히려 그의 모습은 친숙하기까지 하다.
낯선 땅이란 없다. 단지, 그 여행자만이 낯설 뿐이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일터에 나가 하루 종일 업무와 사람 간 관계 속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유일한 안식처인 집으로 향하는 길. 그 길 위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피곤과 졸음. 그런 일상의 반복. 일상은 늘 동일하고 익숙하다. 그리고 그런 일상을 탈출해 여행이라는 일탈은 새로운 것을 보고 자극받게 된다. 나를 발견함과 동시에 늘 반복되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이 여행의 가장 즐거울 때는 여행을 준비하고 짐을 싸고 공항으로 출발하는 길이라고 한다. 그런데 난 언제부터인가 여행의 가장 즐거운 때가 바뀌었다. 바로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고 한 걸음 들어 설 때다.
사실 여행 ‘travel’의 어원은 ‘travail(고생, 고난)’이라고 한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집이라는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설고 잘 모르는 위험이 도사리는 곳에 가서 일종의 자극(설렘, 두근거림, 두려움, 흥분, 놀람 등등)을 겪고 돌아온 것이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안도감이 드는 건 어쩌면 본능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달콤한 선물 같은 여행의 흥분이 가라앉고 무사히 돌아온 것에 대한 편안함. 나의 아늑하고 소중한 공간인 집으로 회기는 편안한 위안으로 자리 잡는다.
더하여 서재에 여행 기념품을 하나 더 장식하며 내가 다녀온 나라와 도시의 기록을 나의 공간에 추가하고 기록하는 즐거움으로 마무리된다.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여행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 다시, 일탈을 느끼기 위해 길을 나설 때다, 날아 오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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