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등반 - 오르지 못한 에피소드
늘 모든 일의 시작은 사소하다. 오래간만의 술자리에서 등산이나 한 번 가자라는 말이 그 시작이었다. 연례행사 정도로 한 두 번씩 모여 등산을 가는 옛 직장동료들이 있다. 등산도 좋고 트래킹도 좋지라는 말에 툭 던져진 말 한마디.
'제주도로 트래킹이나 갈까!' 라는 툭 뱉어진 말로 시작된, 한라산 등반. 안타깝게도 실행에 옮겼으나 오르지 못한 이야기.
가기로 한 후, 두 어달 전에 비행기 예약함과 동시에 성판악 코스로 사전예약을 신청했다. 마침내 4월 22일 당일, 약간의 설레임을 안고 새벽같이 길을 나섰다.
4명의 등산 멤버 중 한명의 지인이자, 비로소 433 주인장님께서 챙겨주신 바나나, 음료, 뜨거운 물이 담긴 보온병, 라면, 바나나를 싸들고 출발! 이럴 때 지인 찬스가 짱!
그리고 거기에 하나 더 김밥을 추가하기에 근처 위미 김밥에 들려서 픽업까지. 마치 어디 종주라도 가는 것 마냥 두둑하게 먹거리를 챙겼다. 비록 미세먼지가 나쁨이었던 날이었지만, 그래도 백록담을 보러 간다는 긴장과 흥분을 느끼며 성판악 입구로 출발했다.
시내를 막 벗어나려던 때, 차례대로 '찌이잉' 문자가 울린다. 강풍으로 백록담까지 등반을 하지 못하고 진달래 대피소까지 가야 한다는 통보였다. 한라산을 두 바퀴 종주라도 할 맘으로 먹거리며, 등산화, 스틱 등등을 챙겼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한라산의 백록담 보기가 만만치 않다고 하더니...
몇 년전, 겨울 영실오름으로 하얀 눈꽃을 보며 산행했던 한라산의 절경과 또 다른 백록담의 장엄한 모습을 기대했건만. 그래도 칼을 뺐으니 뭐라도 베어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은 진달래 대피소까지 가고 그 옆의 오름을 트래킹을 하기로 하고 입구에 도착. 각자 등록한 예약 안내 문자를 확인하고 입구를 통과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한 10여분 쯤 걷기 시작했을까?
엇!이라는 짧은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 보니, 일행 중 한 명의 등산화의 밑창이 살짝 떨어져 버린 것이다.
사실, 그 전에도 일행 중 한 명이 똑같은 일을 겪은지라... 우리는 전혀!! 당황하지는 않았다. 다만, 똑같은 일이 다시 발생했다는 사실에 기막힘을 감추지 못한 채로 다시 입구로 돌아왔다. 당황이나 기막힘이나 비슷하기는 매한가지긴 하다. 훗!
입구로 다시 와서 등산화를 대여한다거나 다른 방도가 없을지 찾아봤지만 방법이 없었다.
신발 끈으로 묶어서 올라 갈 수 있으려나 잠깐 시도는 해봤는데, 이미 경화되어 떨어지기 시작한 밑창은 곧 2단 로켓이 분리되듯 완전한 분리가 되었다. 등산이라는 게 일 년에 한두 번 연례행사다 보니 겉은 멀쩡한 등산화여도 오랜 시간이 흐르다 보면 이런 황당한 일을 간혹 겪나 보다.
여분의 신발이 하나 더 있던 터라, 일단 숙소로 돌아왔다. 다시 한라산을 가기에는 애매하기도 해서, 올레길 코스로 길을 나섰다! 한라산의 백록담은 다음을 기약하며...
to be continue...
P.S. 그리고 그날 저녁 올레길을 다 걷고 밥을 먹으러 가는 도중에 정리의 신발도 경화가 되어 금이 가기 시작한 걸 발견해 응급조치의 일환으로 순간접착제로 이틀을 버텼다. 별의별 일이 다 있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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